성인이 되자마자 처음 느꼈던 열등감,

그것은 바로 여행이었다.

 

어렸을 때 부터 그 흔한 가족 여행 한 번 조차 제대로 못갔던 나는

당연하겠지만 평생을 여권 없이 살아왔으며 공항 근처는 가보지도 못했다.

대학을 진학한 후 조금이나마 시간적,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겼지만

쉴 새 없는 아르바이트에 여전히 나는 여행과는 거리가 꽤나 먼 사람이었다.

 

친구들은 방학이 되자마자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그리고 SNS는 여행지에서 행복한 친구들의 사진으로 도배되었다.

태국, 대만, 일본, 보라카이, 세부, 코타키나발루.

사진들을 하도 많이 봐서 익숙하지만 나에겐 너무나 먼 곳이었다.

 

 

"눌땡아, 우리 시험치고 일본 놀러가자"

"이번 여름에 제주도갈래??"

처음엔 친구들이 같이 여행을 가자며 먼저 물어봐주었다.

나도 신나서 같이 계획을 짜곤했지만 대략적인 경비가 산출되고 나서는 혼자 빠지게 되었다.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이제 아예 시간이 안될 것 같다며 돌려서 거절하였고

나중이 되어서는 나에게 물어보지조차 않았다.

 

여행도 갈 수 있는 사람과 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구나

그리고 난 가지 못하는 사람에 속하는구나

그냥 그렇게 체념하며 지냈다.

 

그런데 진짜 이렇게 살다가는

평생 한국 땅만 밟다가 죽을 것 같았다.

그러기엔 너무 억울했다.

그러기엔 내가 너무 시대를 잘 태어났고, 나라를 잘 태어났다.

 

전 세계에는 해외 여행이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그에비해 나는 너무나 복에 겨웠으면서 무슨 핑계를 대고 있는거지?

 

시간이 없다고? 만들어라

돈이 없다고? 만들어라

그래서 휴학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