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첫째 날

 

>>>첫째 날, 인천 공항에서 출국하다.

>>>첫째 날, 중국 남방 항공 CZ3062를 타고 광저우 무료 환승 호텔에서 숙박하다.

>>>첫째 날, 중국 남방 항공 CZ303을 타고 영국에 입국하다.

>>>첫째 날, 런던 지하철(TUBE)을 타고 숙소로 가다.

>>>첫째 날, 세인즈버리(Sainsbury's) 마켓을 털다.


 

 

 

지하철을 두 번이나 환승을 해서 에어비앤비 숙소에 도착을 했다.

무거운 배낭을 매고 정신없이 도착을 해서 체크인을 했다.

숙소까지 가는데 너무 힘들었으면서도

길이 너무 신기하고 예뻐서 쉴새없이 카메라를 켰다.

 

 

 

저렇게나 웅장한 건물이라니

나중에 알고봤더니 데번햄즈라는 백화점이었다.

여기서가 아니더라도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건물이었지만

뭐든 처음이 제일 인상 깊은 법

 

 

 

 

걸어가는 길거리에 있는 이런 의미 없는 낙서들도 예뻐 보이는 것은

단순히 내가 '여행자'라는 이유 한가지 때문이다.

 

문득, 한국에 놀러온 외국인 여행자들도

이런 사소한 것들을 보고 신기해하고 인상깊어하겠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 나의 인생을 '여행자의 마음가짐'으로 살아보자고 다짐을 했다.

 

 

 

 

처음 본 이층버스.

샤잠!

샘해밍턴이랑 윌리엄이 광고를 하던데 재미있으려나?

빨간 이층버스랑 너무 잘 어울리는 광고인 것 같다.

 

 

이렇게 정신팔려서 걷다보니 내 숙소랑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덕분데 10분 더 걷게 되었지만 그래도 짜증나지 않았다.

 

 

 

 

 

영국은 나무도 다르게 생겼다.

우리나라 가로수들이랑 확실히 다르다.

 

저 나무를 만나고 5분 더 걸어가니 숙소가 보였다.

처음 만나는 토종 런더너.

조금 긴장했지만 내 방에서 보이는 뷰를 보고 마음이 차분해졌다.

 

 

 

노을이 질랑말랑해서 조금 노란 햇빛이 너무 예뻤다.

그리고 여기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튤립&로즈 였다.

뭔가 로맨틱해서 더 마음에 들었던 숙소.

 

나중에 더 많은 숙소들을 경험하고서야 알았던 사실인데

정말 더럽고 좁은 편에 속했다.

근데 저 때는 뭐가 그렇게 신나서 그 상황에서도 만족을 했었는지 모르겠다.

한창 여행뽕이 차오를때라 그랬나보다.

 

 

 


 

 

 

다음 날부터 계속 비가 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동네 구경을 하기로 했다.

바로 뒤편에 템즈강변이 있어서 그 곳을 따라 쭉 걷기로 했다.

 

 

가는 길에 런던 느낌 나는 대문들을 발견했다.

런던 느낌이라 되게 애매한 표현이긴 한데

셜록에 나올 것 같고 닥터 후에 나올 것 같고 하여튼 그런 느낌 있잖아

다들 알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느낌이요.

 

 

 

 

 

 

템즈 강변은 생각보다 황량했다.

해가 지고 있는 템즈 강변을 따라 수 많은 사람들이 조깅을 하고 있다.

나만 빼고 다 뛰고 있었다.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자전거를 타고 운동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템즈강에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근처에 세인즈버리 마켓이 있다고해서 가봤다.

가는 길에 이미 해가 져버렸는데 푸르스름한 하늘을 배경으로 늘어진

영국 가정집들이 뭔가 더 분위기 있어보여서 사진을 찍었다.

 

세인즈버리 마켓에서 앞으로 7일 동안 런던에서의 식량을 구매했다.

맥주가 너무 싸서 감동을 받았다.

버드와이저 4캔에 7천원도 안했다.

한국에서는 무조건 만원에 사야하는데 지금 이걸 안사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루 3만원으로 버텨야하는 조금은 궁핍한 삶이지만 맥주는 빠질 수 없다.

 

 

 

 

저만큼 샀는데도 10파운드밖에 안나왔다.

동유럽을 다녀오고 나서 포스팅하는 지금 입장으로서는

저만큼에 11파운드라면 그렇게 싼 편이 아님을 알지만

어쨌든 저때 당시에는 문화 충격을 받았던 가격이다.

 

 

 

 

 

득템했다는 마음으로 신나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

나는 저 하늘색이 너무 좋다.

하늘도, 야경도 둘 다 딱 적절히 예쁘게 보이는 타이밍.

 

나무의 가지들도 인도쪽으로 한없이 튀어나와있다.

벚꽃을 보고 한국 생각이 났다.

한국에서 벚꽃축제를 보지 못하고 넘어왔는데 여기서 보는구나

런던의 벚꽃은 더 하얗고 촘촘하고 풍성했다.

 

 

 


 

 

 

 

 

 

 

숙소 바로 앞에는 산탄데르 자전거 정류장이 있다.

원래는 오이스터 카드를 발급 받고 최대한 적게 이용하면서 자전거를 탈 생각이었는데

런던에서는 자전거가 차도로 달린다는 점과 신호가 다르다는 점

자전거가 내 키에 조금 높을 것 같다는 점을 고려해서 포기했다.

 

산탄데르 자전거는 2유로에 하루 종일 탈 수 있다.

그대신 30분마다 한번씩 반납을 해주어야한다.

 

산탄데르 정류장은 꽤 가까운 거리에 많이 분포되어있고

런던 관광명소들 사이의 거리가 자전거를 이용하면

30분내에 충분히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거리이기때문에 

그렇게 번거롭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내가 쫄보여서 그렇지

 

 

 

 

집에 도착해서는 크로와상과 맥주를 마셨다.

크맥을 하면서 왓챠플레이를 보려고 접속했더니 한국이 아니라며 실행이 안된다.

외국에서는 접속이 안되는 줄 꿈에도 몰랐기 때문에 당황했다.

 

그럼 나 뭐 보면서 맥주 마시지?

유튜브에 들어가보니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무료로 볼 수 있었다.

해외에 있는 팬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KBS 공식 채널이 따로 있었다.

이걸 유튜브 수익으로 가져가는 구나 똑똑하다 싶었다.

 

 

이렇게 눌땡의 인생 첫 해외 여행 첫째 날,

정말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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